서울 서초구 전셋값 9주 연속 하락…'메이플자이' 입주 영향
최근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하는 분위기와 달리, 서울 서초구 아파트 전셋값이 9주 연속 내림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달부터 3000가구가 넘는 대단지 '메이플자이'의 입주가 본격화하면서 주변 단지 전셋값도 두 달 만에 1억 원 이상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초구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달 넷째 주(지난 26일 기준) 0.01% 하락하며 3월 말부터 9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습니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아파트 전셋값이 17주 연속 오름세를 보인 것과 대조적입니다. 서초구가 거주 선호도가 높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임에도 이러한 하락세가 나타나는 배경에는 이달 입주 예정인 3307가구 규모의 메이플자이 집들이 물량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새 아파트 입주 시점에 전세 매물이 대거 풀리면서 인근 지역의 전셋값이 영향을 받습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달 서초구(2일 기준)의 전세 매물은 5804건으로, 전년 동기(3679건) 대비 57.8% 급증했습니다. 이 중 메이플자이 전세 매물이 1879건으로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대규모 공급이 전셋값 하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전세 매물이 한꺼번에 풀리면서 메이플자이는 물론 주변 단지 전셋값도 하락하는 양상을 보입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인근 '래미안신반포팰리스' 전용 104㎡는 지난달 보증금 17억 원(20층)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습니다. 이는 지난 3월 같은 면적 8층 물건이 18억 7천만 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던 것과 비교하면 두 달 만에 전셋값이 1억 7천만 원 하락한 것입니다.

전문가 "단기적 하락, 장기적으론 상승세 회복" 전망
다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입주장 효과가 단기적이고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하며, 장기적으로는 서초구의 전세가격이 다시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서초구처럼 입지가 뛰어나더라도 일시적으로 공급이 집중되면 전세 가격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올림픽파크포레온', '헬리오시티' 등 과거 대단지 입주 사례처럼 일시적인 전셋값 하락은 있어도 결국 오래가지 않고 수요가 모두 흡수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한 전문가는 "그동안 몇 년에 걸쳐 상승한 서초구의 전월세 가격 부담이 있는 와중에 메이플자이 입주 효과가 더해지면서 일시적으로 전월세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런 현상은 강남권 등 선호 지역에서는 길어도 3개월 이상 지속되지 않아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강조하며, "메이플자이는 조합원 가구 수가 많고 최근 신축 선호 현상이 강해 직접 입주하려는 경향이 있어 장기적으로 보면 입주 단지의 전셋값이 더 오르기도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초구 전셋값 하락은 단기적인 공급 증가에 따른 조정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이 지역의 높은 주거 선호도와 신축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가격 상승을 다시 견인할지 주목됩니다.